인문학적 가치가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선진국민을 만든다.

 1970년 우리나라 1인당 GDP는 미국 화폐를 기준으로 253달러이었다. 이는 물가상승률과 인플레이션 현상을 고려하더라도 2018년 3월 기준 탄자니아 526달러와 아프가니스탄의 515달러보다 적은 수준이었다. 그러던 우리나라는 1977년에 1,051달러로 1,000달러를 지나 1994년에는 10,204달러로 1만 달러 시대에 도달했다. 곧이어 2006년에 20,901달러에 도달한 후 길고 긴 2만 달러의 함정을 탈출하여 3만 달러의 장벽을 돌파한 우리는 또 다른 목표를 향해 나가고 있다. 인구 5천만 명 이상 되는 국가 중 2020년도 기준 7위에 해당하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우리나라 경제발전은 1968년 포항제철 설립과 1973년 수출주도형 산업을 국정 목표로 한 박정희 정권의 중화학공업육성 정책에 대한 공이 컸다. 생산성 향상과 이익의 극대화를 가치의 중심에 둔 선진조국 근대화는 평화시장 노동자 전태일의 주검과 현대조선의 첫 번째 선박 공사에서 목숨을 잃은 수십 명의 희생을 치르면서 근대화와 산업화가 이루어졌다. 1990년대 이후에 현대자동차의 기민한 생산 방식을 모방하는 우리나라 기업체들은 생산직 노동자의 숙련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자동화에 역점을 두면서 산업발전을 견인해 왔다. 이윤 극대화를 중시하는 경영전략의 부작용으로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노동자가 증가하였다. 본사 직영보다 사내 하청규모는 커져만 갔다. 그 결과 작업장 내부 제작보다 아웃소싱을 선호하고 원청 정규직과 하청 비정규직이라는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도 발생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2000년대 디지털화 과정을 경험하면서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과 플랫폼에 참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와 소득격차는 더욱 벌어지면서 빈부격차에 따른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빈부의 격차에서 오는 갈등은 상대적 박탈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중심으로 담보력이 있는 기득권층은 노동소득보다 자본소득이 기하급수로 증가하면서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집 없는 서민들의 불안 심리를 이용하여 부동산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작전세력도 준동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정책에 의한 대출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투기수요 증가로 부동산가격이 시시각각 치솟고 있다. 기득권층은 매입한 부동산을 담보로 또 다시 대출받아 부동산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부동산 거품이 날마다 부풀어 오르고 있다. 출산율 저하와 인구감소로 미래에는 부동산 수요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작전세력을 중심으로 부동산은 계속 오를 것이라며 서민들의 불안 심리를 부채질하여 자본소득을 올리고 있다. 조물주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른다는 건물주의 횡포에 서민의 불안은 더욱 깊어져 영혼까지 끌어다(영끌) 집을 산다는 말이 나돌 정도가 되었다. 부동산으로 부자가 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신드롬에 휘둘려 정부 부동산 정책의 백약이 무효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산업자본에 대한 투자보다 부동산으로 부자 된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발생하는 학습효과이다. 소위 부동산 불패 신화를 만든 것이다. 물가상승률과 인플레이션을 고려하면 조금씩 부동산가격이 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거 네덜란드 튜립 거품과 일본처럼 부동산 투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국가 성장동력을 상실하지는 않을까 염려스럽다. 부동산 중에서도 수도권의 아파트가 부의 축적방법으로 인식되면서 투기수요가 폭발하고 있다.
  부동산과 주식 부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소득이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소득보다 훨씬 많은 사회적 분위기에서 기술개발과 기술창업의 싹이 피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만일 이와 같은 현상이 지속되면 빈부의 격차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기술투자에 의한 기술강국의 선진국 진입은 더욱 멀어질 것이다. 부동산은 생산성을 향상시키거나 기술투자를 위한 재원을 만들지 못한다. 부동산 투기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지대 수입으로 인한 불노소득으로 빈둥거리고 거들먹거리는 모습은 사회적 갈등만 더욱 증폭시킨다. 이런 사회를 공정한 사회라고 보기는 어렵다. 공정한 사회는 규제가 없는 사회가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성장기회가 공평하게 제공되는 사회다. 축구경기에서도 공정한 경기를 위해 규정(rule)이 필요한 것처럼 시장에 참여 하는 사람들 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이유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가 지급되고 노동에 대한 가치가 임금이나 사회적 가치라는 다양한 형태로 보상받는 구조가 되어야 사회적 갈등이 완화된다. 부자가 돈만 많아서 부자 되는 것이 아니라, 개인별로 생각하는 다양한 가치를 인정받고 그것이 존중받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되어야 모두가 부자답게 사는 나라가 될 것이다. 예술, 문화, 기술, 기능, 운동, 특기, 기부 행위 등으로 마음을 풍요롭게 하여 부자다운 생각을 하는 가치는 매우 다양할 수 있다. 돈이 많아서 부자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많이 소유한 사람이 부자로 인정받고 존중받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선진국민으로 또 다른 출발을 하게 된다. 부자의 종류가 다양해야 돈의 많고 적음으로 인한 갈등이 해소된다는 의미다.
 봉건주의적이고 전제주의적인 시대에서 자유주의적 가치에 대한 인식의 변화로 개인의 인권과 생명이 존중되면서 오늘날과 같은 문화와 문명이 발달하였다. 사회적 가치는 구성원의 신뢰로부터 출발한다. 국가와 사회와 개인 간의 신뢰가 절실하게 필요한 이유이다. 지식과 정보의 교류가 쉬워지면서 정보의 비대칭에서 발생하는 권력 행사는 거의 불가능한 사회로 탈바꿈되었다. 공동체 의식과 사회적 가치 그리고 미래에도 보존되어야 할 사람 중심의 신뢰 문화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경쟁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사회공동체가 작동하고 있다는 신호는 봉사단체나 개인이 많아지는 현상으로부터 확인할 수 있다. 봉사는 일종의 기부 행위다. 기부할 수 있는 것은 단순히 돈만은 아니다. 재능도 기부할 수 있고, 참여하는 시간과 공감하는 마음을 기부할 수도 있다. 봉사활동은 일종의 사회적 가치를 나누는 행위이다. 함께 살아가야 할 공동체에서 서로에게 보내는 신뢰의 신호이다. 1인당 소득이 3만 달러를 넘어선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것은 빈부격차에서 오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고 새롭게 출발해야 또 다른 삶의 터전을 만들 수 있다. 다양한 문화적 소양을 향유할 수 있는 정서가 선행되어야 선진국민으로 된다. 사회적 갈등이 발생하면 성장의 걸림돌인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가장 먼저 신뢰가 무너진다. 이제 우리는 허리끈을 졸라매던 과거의 근면·성실의 정신 위에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을 보존하고 유산으로 물려주어야 할 사회적 가치에 대한 합의가 중요해졌다. 삶의 다양한 가치가 존중받는 사람 중심의 인문학적 소양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는 이유다.

유영태교수 조선대학교 공과대학 기계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