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미녀(美女)인가? 마녀(魔女)인가? 

저 여자 세련되고 멋지지 않나요?/ 으음 난 별로야./ 왜요?/ 안 예뻐./ 그러면 저쪽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고 있는 똑똑하고 말 잘하는 저 여자는요?/ 으응 재수 없어/ 도대체 왜요? 난 멋지고 부럽기만 한데……./ 저러다 총 맞지. 하여튼 여자가 여자다운 맛이 없어/ 여자다운 게 뭔데요?/ 아. 몰라 귀찮게 자꾸 물어보지 마.

고원수/ columnist, artist

미(美)란?
미를 ‘이것이다’라고 딱 잘라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왜냐하면 미는 눈에 보이는 시각대상이나 청각적 자극을 기반으로 인지되는 가장 이상적인 상태의 황홀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살아온 환경에서 지극히 주관적 기준에 의해서 생성되기 때문에 ‘이것이 미다’라는 정의는 더욱 난해하다. 하지만 주관성이 전제된 미가 집단의 의식구조 속에서는 객관적으로 보이게 된다. 과거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렸던 인류초기의 미(美)는 ‘아름답다. 맛있다. 좋다.’로 이루어졌다. 즉, 모피와 고기를 많이 얻을 수 있는‘포근하고 배부르고 맛있음’이 미(美)였다. 이러한 미를 이상주의(idealism)에서는 균형과 조화가 잘 맞아서 전체와 부분이 어색하지 않고 서로 편안한 느낌을 주는 비례로 보았고, 근·현대에서는 객관성과 합리성에 바탕을 둔 이성을 미의 기준잣대로 보았다.

미녀(美女) 
미를 여성과 결부시켜 바라보는 시각은 여성의 입장보다는 남성들에게 더 큰 관심거리일 것이다. 따라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판별하는 기준은 남성들의 시선으로 만들어진 나쁜 저울에 오르는 것이다. 즉, 원시시대에는 굶주려서 날씬한 신체보다는 잘 먹고 뚱뚱해져 개기름이 줄줄 흐르며 자손을 더 건강하게 많이 번창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여성이 더 아름다웠을 것이고, 이상주의(idealism)에서는 신체의 비례가 좋은 늘씬한 여자를, 근·현대에서는 자신을 사랑하고 주관이 뚜렷하며 고리타분하지 않는 여성일 것이다. 그러나 남성이 여성에 대해 아름다움을 느끼는 감정은 일차적으로 시각적인 것에 많이 좌우되며 그 감정이 성적(性的) 반응으로 연결된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아무리 아름답다고 하여도 그 남성에게 성적인 느낌으로 다가오지 못한다면 그녀는 더 이상 그 남성에게 미녀가 아닌 것이다. 바로 이 점이 ‘남성이 여성을 보는 것’과 ‘여성이 여성을 보는 것’에서 차이를 만든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여성들끼리는 성이라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기에 서로 경쟁하지 않고서도 무궁무진하게 다양한 종류의 아름다움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마녀(魔女)는 없다. 그러나 마녀사냥은 있다.
어린이들이 읽는 동화책속에는 마귀할멈이라는 무서운 마녀가 등장한다. 이상한 약물을 만들고, 어린이를 꾀어내 잡아먹고, 예언을 하고, 인간 세상에 저주를 걸며 마법을 부리기도 한다. 손톱은 짐승보다 더 길고, 씻지 않아서 지저분한 몸과 머리카락, 매부리코, 삐죽한 모자, 빗자루를 타고 소름끼치는 웃음소리를 내며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모습……. 어릴 적 기억 속에 마녀를 떠올려보면 두렵고 악마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왜 저렇게 살지? 만약 나한테 마녀의 능력이 있다면 착하게 살면서 사람들에게 좋은 일 많이 했을 텐데”라는 아쉬움과 의문이 항상 남았었다. 이런 마녀의 이미지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핍박받는 가난한 자들에게 울분과 저주를 퍼붓고 화풀이를 해도 미안하거나 죄책감이 들지 않을 만만한 대상으로 마녀가 필요했고, 또한 권력자에 대항하거나 기존의 질서를 불신하는 세력들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여 저항의지를 꺾으려는 정치적 음모도 포함 되었다. 즉, 문화의 암흑기였던 중세시기 말엽에 백년전쟁과 페스트전염병, 자연재해, 그리고 전통적인 가톨릭교회의 분열과 같은 기존질서의 변화에 맞닥뜨리며 그 고통을 누군가에게 책임을 전과시켜 분노를 폭발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그 당시는 가부장적(家父長的)인 사회로서 신체적 힘의 우위에 있던 남성들은 연약한 여성들을 억누르고 감시했다. 그러한 사회구조 속에서 많이 배우거나 똑똑하여 남성의 권위에 도전하거나 종교적인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등의 행동, 또는 열정를 가지고 무엇인가에 몰두하며 혼자 사는 여성은 마녀사냥을 당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억울한 자백을 강요받는 과정에서 고문으로 초췌해진 몰골과 넋이 나간 듯 황폐해진 정신으로 세상에 저주를 퍼붓는 광기 가득한 모습들이 훗날 동화책속 마녀 이미지에 영향을 주었다. 

요즘도 마녀사냥을 한다.
현대사회에서는 마녀사냥이 남녀를 가리지 않고 행해진다. 그렇다면 누구에 의해서 왜 발생하는가? 물론 비열한 사람, 그중에서도 권력을 손에 쥐고 있지만 무능하고 열등감이 강한 사람들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 즉, 남다른 재주가 있거나 그 속내의 깊이를 가늠하기 어렵거나 또는 나와는 다른 주장으로 맞서거나하여 다루기 힘들 때 견제를 하게 되는데 일반적인 경우에는 “설치지마라. 나대지마라.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선 넘지 마라.” 라는 경고의 신호를 보낸다. 이러한 경우는 사적인 경고에 그치지만 이와는 별도로 집단에 반하는 경고는 사뭇 다르다. 주변에서 흔히 들어왔던 “빨갱이, 토착왜구, 변절자, 내부고발자”등 타협 불가능한 상황으로 개인을 몰아붙이며 집단 따돌림을 하는데 이것이 바로 요즘의 마녀사냥이다. 

결론적으로 미녀(美女)는 남성들의 고약한 저울에 놓인 제도권속의 착하고 보기 좋은 여성이다. 그리고 마녀(魔女)는 없다. 그러나 마녀사냥감은 많다. 그에 해당되는 요즘 여자들은 당당하고 우월한 여성이다. 요양보호사, 산부인과(의사), 약사, 요리사, 화학자, 과학자, 예술가, 정치가, 천체물리학자, 심리상담사, 여행가이드.……. 등등 여러 분야에서 일반인들의 평균치를 넘어서는 능력을 발휘하거나 기존질서에 반하는 혁신적인 여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