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보다 못한 ‘갑’의 처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과연 응당의 대가를 받을 것인가? 

-땅콩리턴 사건의 전말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JF케네디 국제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KE086편 항공기에 조현아 전 부사장이 1등석에 탑승했다.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승무원이 땅콩 서비스를 시작했고, 조 씨는 마카다미아넛츠를 봉지 채 그대로 서비스한 것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서비스가 엉망이라며 고함을 쳤고 박 사무장이 달려오자 폴더처럼 생긴 정보지 모서리로 사무장의 손등을 몇 차례 때린데 이어 승무원을 무릎 꿇린 채 정보지를 집어던졌다. 조 씨는 계속해서 반말과 삿대질을 하며 사무장을 기장실 입구로 밀어붙이며 "당장 연락해서 비행기 세워. 이 비행기 못 가게 할 거야"라고 호통 쳤다. 결국 탑승게이트를 떠나 활주로를 향하던 비행기는 다시 10m를 되돌아와 박 사무장을 내려놓았다. 조 씨의 '램프리턴' 지시로 항공기가 게이트로 다시 돌아가면서 출발이 20분 정도 지연돼 250명의 승객이 불편을 겪었던 것이다.  
이런 비행기 리턴 사실이 알려지면서 오너 재벌가의 '슈퍼 갑(甲)질'이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게 몰아쳤고, 대한항공의 어설픈 사과문 중 '비행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하차시킨 조 씨의 지시는 당연한 것'에 여론은 더욱 악화되었다. 사태가 확산되자 조 씨는 지난 9일 대한항공 '기내 서비스 및 호텔사업 부문 총괄 부사장' 보직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대한항공 부사장 신분과 등기이사, 칼호텔네트워크, 왕산레저개발, 한진관광 계열사 3곳의 대표이사 등은 유지키로 해 무늬만 퇴진이 아니냐는 반발이 일어났다. 조 씨는 결국 다음 날인 10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대한항공 부사장직에 대한 사표를 냈고 조 씨는 사건 발생 일주일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국민에게 머리를 숙이며 사과를 했다.
한편 대한항공 측은 조 씨가 승무원과 사무장에 대한 폭언과 폭행이 없었다고 해명한 터. 하지만 해당 여객기의 박창진 사무장이 조 씨의 행동에 "이런 모욕감과 인간적 치욕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며 "자신과 여승무원을 무릎 꿇게 하고 삿대질을 하며 기장실 입구까지 밀어붙였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박 사무장의 증언이 사실임이 1등석 승객의 증언으로 확인되었다. 그 뿐 아니라 사건 이후 대한항공 직원 대여섯 명이 매일 사무장의 집으로 찾아와 '사무장이 매뉴얼을 숙지하지 못해 조 전 부사장이 화를 냈지만 욕을 한 적은 없다. 스스로 비행기에서 내린 것'이라고 거짓 진술을 하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씨는 박 사무장의 주장에 대해 "처음 듣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조 씨는 국토교통부의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며 "처음 듣는 일이다. 뭐라고 말씀 드릴 수 없다"며 "심려를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한 승무원과 사무장에게 사과하겠느냐는 질문에 "진심으로 사과하겠다"고 답했으며, 직접 하겠느냐고 추가 질문에도 직접 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땅콩리턴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조 씨의 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주변 조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엎친데 겹친 격, 한진그룹의 위기상황, 어떻게 버틸 것인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안팎으로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조 씨의 땅콩리턴 사건에 이어 평창동계올림픽 분산 개최 논란이 조 회장의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히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겸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뒤죽박죽인 집안과 회사, 나랏일 때문에 위기를 맞았다. 첫째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리턴이 문제의 발단이 되어 땅콩리턴은 잘못된 가정교육과 족벌기업 문화 때문이란 비판을 낳고 있다.

"저를 나무라 주십시오. 저의 잘못입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조 부사장과 대한항공은 국토교통부와 검찰 조사까지 받고 있다. 압수수색은 1999년 탈세사건 이후 처음이어서 조양호 회장에 미치는 충격은 상상 이상으로 관측된다. 아들 조원태 부사장과 막내딸 조현민 부사장 역시 구설에 오르며 경영승계마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소문만 무성했던 대한항공의 직원에 대한 후진적 인권문제도 속속 드러나며, 직원들도 술렁이고 있다. 최근엔 국제올림픽위원회, IOC 총회에서 우리가 3수 끝에 획득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일본과 분산 개최하자는 의견까지 나오면서 조 회장의 리더십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IOC위원과 차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후보로 꼽히는 조 회장이 안팎의 난기류를 어떻게 헤쳐 나갈지 주목된다.

-땅콩리턴, 외신의 비판, 피할 수 없어 
미국, 영국, 일본 등의 외신도 앞 다퉈 조 전 부사장의 사건을 상세히 보도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다. 지난 8일 영국의 가디언지는 "견과류를 접시에 담지 않은 '터무니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이유로 조현아 부사장이 해당 승무원에게 고함을 질렀다"고 썼다. 이어 "앞으로 절대 대한항공을 이용하지 않겠다. 이 회사의 대표는 자신의 행동의 대가를 알아야 한다. (북한의)고려항공이 대한항공보다 나은 이상한 순간" 등 비판 글을 실었다. 독일 DPA 통신도 "대한항공 회장의 딸, 승무원을 내리게 하다"는 제목으로 해당 소식을 전했으며 이밖에 프랑스 언론 일간 르 피가로(Le Figaro),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 스페인 라 반구아디아(La vanguardia), 일본의 일간 산케이 등도 해당 사건을 부정적인 소식으로 내보냈다.

-'갑' 횡포의 끝은? 
갑의 횡포는 새삼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논란이 일면 당사자는 사과하고, 개혁이나 뭐다 하면서 좀 움직이는가 싶지만 여전히 횡포는 계속된다. 비단 기업뿐만이 아니다. 기업과 학교, 부동산 등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지위 격차가 있는 관계에서 갑의 횡포는 쉽게 발견된다. 출장 간 지도교수 빈집에 가서 개밥을 준 대학원생이 있는가하면 교수 이삿짐을 나르기도 한다. 지난 5월에 있었던 남양유업의 한 영업사원이 대리점 주인에게 폭언, 욕설을 해 파문이 일기도 했고 전통주 대리점 주인이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 압박에 못 이겨 자살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때부터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갑의 횡포를 방지하겠다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기 시작했지만 그 이후에도 대기업 임원이 서비스업 종사자들을 하대하는 등 횡포는 빈번하게 발생했다. 욕설은 물론이거니와 폭력까지 서슴지 않았다. 지난해 4월에는 포스코에너지 임원이 미국으로 가는 대한항공 비행기 안에서 라면이 제대로 익지 않았다며 들고 있던 잡지로 승무원의 얼굴을 때리는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중견 베이커리 업체인 프라임베이커리 회장은 한 호텔 주차장에서 차를 빼달라고 호텔 직원이 요청하자 욕을 하며 장지갑으로 뺨을 때렸다. 의류업체 블랙야크의 회장은 지난해 9월 탑승 시각을 지키지 못해 비행기를 탈 수 없게 되자 항공사 용역직원에게 욕을 하고 신문지로 뺨을 쳤다. 이번 조 씨 사건으로 무엇보다도 대한항공의 전근대적인 기업문화에 대한 국내외의 정서적 반감이 크게 높아졌다는 사실은 만만치 않은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 이번 조 씨의 어이없는 ‘갑’질 행위는 비단 특정한 개인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고 본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사회에 형성된 ‘갑-을’ 관계가 자연스럽게 반영된 사회현상의 한 단면일 것이다. 
인격을 배제한 갑-을 관계는 있을 수가 없다. 대한민국은 이런 비정상적인 관계의 고리를 과감히 끊지 않는 한 횡포에 익숙해져가는 약자의 모습을 종종 보게 될 것이다. 조 회장은 국민들을 향해 ‘너그러운 용서’를 구했다. 자신의 체면과 위기모면을 위해 약자에게 너그러움까지 빼앗아가는 그런 ‘갑’의 모습이 아닌 가진 자로서 약자에게 먼저 ‘너그러움’을 베푸는 게 먼저가 아닐까? ‘노블레스오블리제’라는 말은 대내외적인 홍보용 용어가 아니라 가장 가까운 사내 ‘을’ 관계에서부터 시작되길 바라본다.